젊은 날의 꿈을 다시 노래하는 시간
노후는 단지 조용한 휴식만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은퇴 후에도 사람은 ‘소속감’과 ‘표현’의 기회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고자 한다.
최근 많은 노인복지관에서는 다양한 문화활동과 동아리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 바로 합창단이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합창단 활동에 참여하면서 겪은 감동의 순간들과, 노인문화 활동이 삶에 주는 긍정적인 변화들을 나누고자 한다.
1. 나이 들수록 더 간절해지는 무대 위의 꿈
퇴직 후,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복지관 게시판에서 ‘노인 합창단 단원 모집’이라는 글을 보았다.
젊은 시절 음악을 좋아했지만 생계를 위해 접어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나이에 무슨 합창이야...”라는 마음과
“그래도 한 번쯤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갈망이 동시에 밀려왔다.
신청서를 내고 첫 연습에 참여하던 날.
오랜만에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내는 일이 그렇게 어색하고 설렐 수가 없었다.
합창단은 60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어르신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하나의 노래로 마음을 모으고 있었다.
초반에는 박자도 잘 맞지 않았고, 고음도 힘들었다.
하지만 지휘자 선생님의 지도 아래 한 음 한 음을 맞춰가며
‘나도 아직 무대 위에서 빛날 수 있구나’라는 자존감이 되살아났다.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삶의 에너지를 다시 품게 된 것이다.
2. 합창단을 통해 얻은 새로운 가족 같은 관계
혼자 사는 시간이 늘어나며 느꼈던 외로움은, 합창단에 들어오면서 많이 달라졌다.
매주 두 번 연습을 하며 만나게 되는 단원들과의 유대감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관계였다.
“다음 주 연습곡 악보 나왔어?”
“발성 연습 같이 해볼래요?”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고,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특히 고령의 단원 중에는 청력을 잃은 분, 지병이 있는 분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무대를 준비했다.
공연 전날에는 함께 간식도 준비하고, 무대 의상을 정리하며
마치 학생 시절 동아리 활동처럼 활기차고 웃음이 넘쳤다.
합창단이 끝나면 함께 점심도 먹고, 인근 공원에서 산책도 하는 등
복지관 안팎으로 삶의 리듬이 생겼다.
한 단원은 “이 합창단이 없었으면 우울증 약을 계속 먹었을지도 몰라요”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노년기의 고립감을 치유해 주는 건 결국 ‘관계’ 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3. 문화활동은 어르신들에게 ‘희망의 언어’가 된다
합창단 외에도 복지관에는 다양한 문화활동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 한국무용반: 허리 운동과 리듬감 향상에 탁월
- 서예반: 집중력 향상과 정서 안정에 효과적
- 시낭송반: 언어 감각과 발표력 훈련
- 연극반: 대사 암기와 감정 표현 훈련
- 사진반: 스마트폰 활용 교육과 함께하는 야외 촬영 활동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단순히 시간 보내기를 넘어서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되찾고 있었다.
특히 합창단 공연은 지역 축제나 복지 행사에서 초청받아
정식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분들도 무대에 서면서 점점 표정이 밝아지고 자세가 당당해졌다.
그 모습에서 나는 ‘이게 진짜 복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돈으로 줄 수 없는 삶의 활기, 문화가 그 답이었다.
4. 가족보다 더 가까운 ‘노인문화 동아리’의 의미
최근 독거노인과 고령 1인 가구가 늘어나며,
복지관의 문화활동 동아리는 심리적 고립을 예방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특히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어르신들에게
“오늘 어디 가세요?” “식사하셨어요?” 하는 말 한마디가 하루의 기운이 되곤 한다.
합창단에서는 매년 가족을 초청한 발표회도 연다.
처음에는 멀리서 보던 손주들이 “할머니 멋져요!” 하며 손뼉을 치는 모습을 보며
많은 단원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 감동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였다.
자식들에게는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활동적이시구나”라는 새로운 인식을,
어르신들에게는 “나 아직 쓸모 있고, 빛나는 존재야”라는 자존감을 심어주었다.
복지란, 결국 누군가의 인생에 다시 불을 밝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불씨는 노래 한 곡, 박수 한 번, 함께한 시간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노인복지관의 합창단은 단지 취미활동이 아니다.
그곳은 인생 2막을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용기와 자존감을 심어주는 무대이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진정한 복지 현장이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응원하고 싶다면,
그들에게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 보자.
당신의 응원도, 그들의 무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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