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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교실이라고 하면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수업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요리교실은 그 이상이다.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따뜻한 매개체이고, 특히 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요리교실은 서로의 삶을 나누는 소중한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참여했던 복지관 요리교실의 생생한 경험담을 공유해 본다.
1. 시작은 어색했지만,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복지관 요리교실에 처음 참여하게 된 건, 지인의 추천 덕분이었다. “혼자 집에서 밥 하기도 싫고, 사람도 만나고 싶다”라고 툭 내뱉은 말에, 그는 근처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중장년층 요리교실’을 소개해줬다. 처음엔 ‘내가 거기서 뭘 하지?’ 하는 마음에 망설였지만, 신청 후 첫 수업에 나선 그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날의 메뉴는 제철 채소를 이용한 비빔국수와 오이무침. 손에 칼을 쥐어보는 것도 오랜만이었고, 모르는 사람들과 한 조가 되어 조리대를 나누는 일도 처음이었다. 모두가 서먹서먹했지만, 조용한 중에도 서로를 배려하는 손길은 분명히 느껴졌다. 강사 선생님의 활기찬 진행과 “잘하셨어요~” 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어붙은 분위기를 조금씩 녹였다. 1시간쯤 지나 요리가 거의 완성됐을 즈음에는 어느새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2. 음식이 만들어낸 소통의 시간
요리교실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평소엔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할 기회도 별로 없고, 나이도, 환경도 다르면 선뜻 말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요리교실에서는 그런 장벽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서로 “양념은 얼마나 넣으셨어요?”, “이거 우리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건데요.” 같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날 요리를 다 마친 후, 함께 한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 시간은 단순한 ‘식사 시간’을 넘어, 소통과 공감의 시간이 되었다. 어떤 분은 자녀 이야기를, 또 어떤 분은 건강 문제로 힘들었던 시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내 마음도 어느샌가 말랑말랑해져서 “저도 사실 최근에 일이 좀 있었어요.” 하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는 누구도 평가하지 않았고, 서로의 존재 자체를 존중해 주는 느낌이 참 따뜻했다.
3. 복지관 요리교실의 구성과 신청 팁
복지관 요리교실은 지역마다 구성과 대상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주 1회 또는 월 2회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보통 중장년층, 노인, 한부모, 다문화가정, 또는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형태로 개방되어 있다.
프로그램은 단순한 요리 수업이 아니라, 건강한 식생활 실천, 지역 공동체 형성, 정서적 안정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운영된다. 메뉴는 가정식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강사 대부분은 영양사나 요리 지도 경력이 있는 분들이다. 재료는 복지관에서 제공되며, 참가비는 무료 거나 재료비 일부만 받는 수준이다.
신청은 지역 주민센터나 복지관 홈페이지, 또는 복지관에 직접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인기 있는 수업은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니, 매월 프로그램 공고가 뜨는 시점에 미리 확인하고 신청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 보양식 만들기’, ‘전통음식 체험’, ‘김장 담그기 행사’ 등은 참가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4. 나에게 남은 변화와 이웃의 존재감
몇 번의 요리교실을 참여하고 나니, 그곳은 단순한 수업 공간이 아닌 **‘정기적으로 마음을 나누는 모임’**이 되어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인근 시장에서 함께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커피 한 잔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복지관이라는 공간이 이런 따뜻한 관계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또한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자존감도 조금씩 회복됐다. “나는 아직 무언가를 만들 수 있고, 누군가와 잘 지낼 수 있어”라는 감정이 생긴 것이다. 우울했던 기분도 한결 가벼워졌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오늘은 뭐 해 먹을까?” 하는 작은 설렘이 생겼다.
이웃과 함께하는 작은 수업 하나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앞으로도 내 삶에 소중한 기억이자,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결론
복지관 요리교실은 음식을 배우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공간이다. 외롭거나 답답한 마음이 있다면, 근처 복지관에 문의해 보자. 따뜻한 밥 한 끼와 사람들과의 온기가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나를 위한 작은 용기가, 오늘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